농인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LGBT+)’가 성소수자에 대한 자긍심을 담은 ‘대안 수어’를 국립국어원 수어 사전에 올려 달라는 취지의 온라인 캠페인에 나섰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새로 개설한 ‘한국수어누리사전’에 성소수자,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관련 용어를 전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수어누리사전은 한국어를 수어로 어떻게 나타내는지만 찾아볼 수 있고, 특정 수어가 어떤 한국어를 지칭하는지 검색이 불가능했던 기존 ‘한국수어사전’을 보완한 버전이다.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는 한국수어누리사전 공개 직후인 지난달 말 “나는 게이, 레즈비언,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수어를 사용합니다. 한국수어누리사전에서 성소수자 수어를 검색하고 싶습니다”란 수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국립국어원, #한국수어누리사전, #성소수자, #대안 수어 등 해시태그를 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방식의 캠페인을 제안했다. 17일 현재까지 10여명의 농인 성소수자와 앨라이(연대자)가 캠페인에 참여했다.
앞서 농인 성소수자들은 기존 한국수어사전에 수록된 성소수자 관련 용어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재생산한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예를 들어 ‘게이’를 검색하면, 양손의 엄지와 검지만 펴서 왼손 엄지 등에 오른손 검지를 두번 가져다 대는 손동작이 수어로 소개된다. 이는 남성 성소수자 간 성관계 방식 가운데 하나를 묘사하는 것으로, 성소수자 의미를 특정 성관계 방식에 한정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레즈비언’ 수어 역시 여성 성소수자 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손동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는 2021년 성소수자 친화 수어 37가지를 개발했다.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 “여자를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어떤 대상에게 이끌리는 사람인지를 의미하는 손동작으로 ‘게이’, ‘레즈비언’ 등 성적 지향을 나타냈다. 당시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는 국립국어원에 한국수어사전 속 표현을 대안 수어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안 수어가 아직 널리 쓰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만들어진 한국수어누리사전에는 성소수자 관련 용어가 아예 수록조차 돼 있지 않은 상태다.
코다(CODA·농인의 자녀)이자 성소수자인 김보석 한국농인엘지비티플러스 활동가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농인 성소수자가 성소수자 친화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도 나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앨라이’라는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어 큰 힘이 된다”고 성소수자 친화 수어 보급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이가 성소수자 친화 수어를 사용한다는 걸 보여주는 이번 캠페인으로 국립국어원이 수어 사전에 대안 수어를 등재하도록 촉구하는 것을 넘어 ‘벽장’에 머무르던 많은 농인 성소수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