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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인LGBT+의 절세미녀, 보석 활동가를 기억하며

한국농인LGBT+의 절세미녀, 보석 활동가를 기억하며

보석 님이 남긴 그 무겁고도 뜨거운 유산을 이어받겠습니다


지난 1월 17일, 우리는 한국농인LGBT+의 김보석 상임활동가를 떠나보냈습니다.

2019년 12월 단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에 함께했던 그의 시간은 한국농인LGBT+의 시간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는 단체의 얼굴이었고, 때로는 우리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장례식장은 그가 생전 얼마나 넓고 깊게 사람들과 닿아 있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농인과 청인, 성소수자와 앨라이, 그리고 그와 함께 울고 웃던 수많은 동료 활동가들과 시민들로 빈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그 장면 자체가 보석 님이 평생을 바쳐 잇고자 했던 연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를 유쾌하고 당당했던 ‘절세미녀’로 기억합니다. 코다이자 성소수자로서, 그는 차별의 벽 앞에서 주눅 드는 대신 가장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인권과 평등을 외쳤습니다. 농사회와 청사회, 그리고 퀴어 커뮤니티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연대의 끈을 이었습니다.

부르지 않아도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고, 언제든 나서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치열했던 활동은 수많은 이들에게 인권의 가치를 나누어주었고, 망설이던 이들을 앨라이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의 당당함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 우리가 지켜야 할 자존감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보석 님의 신념은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흐릅니다. 그가 수어로 남긴 수많은 영상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며 그의 신념이 잊히지 않도록 우리에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에게 멈출 수 없는 관성을 남겼습니다. 그가 너무나도 부지런히, 그리고 뜨겁게 닦아놓은 활동의 길 덕분에, 우리는 잠시도 주저앉고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가 만들어 놓은 흐름이 우리를 등 떠밀어 다시금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는 그 거대한 관성에 기꺼이 몸을 싣겠습니다. 보석 님이 남긴 그 무겁고도 뜨거운 유산을 이어받아, 한국농인LGBT+는 그가 그토록 바라던 평등한 세상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겠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절세미녀 동료, 사랑하는 보석 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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